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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N에서 방영된 『혹성탈출: 진화의 시작』을 우연히 접한 후 시리즈에 대한 흥미가 생겼고, 이어 『혹성탈출: 반격의 서막』을 시청하게 되었습니다. 바이러스로 인한 인류 종말과 진화한 유인원 사회의 대비, 그리고 시저와 말콤이라는 두 지도자의 만남은 단순한 SF 액션을 넘어 신뢰와 배신, 증오와 이해라는 깊은 주제를 다룹니다. 맷 리브스 감독의 연출은 긴장감을 촘촘히 쌓아 올리며, 앤디 서키스가 연기한 시저는 영웅이 아닌 무게감 있는 지도자로 관객에게 다가옵니다.

영화 혹성탈출 반격의 서막 포스터

신뢰(trust)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인간과 유인원의 관계

영화가 일관되게 강조하는 핵심 키워드는 바로 신뢰입니다. 전편에서 윌(제임스 프랑코 분)과 시저의 관계가 아버지와 주인이 섞인 애정 관계였다면, 이번 편의 말콤과 시저는 종을 뛰어넘어 믿게 되는 친구이자 동등한 관계로 부각됩니다. 말콤은 카버나 드레퓌스와는 달리 이성적으로 상황을 판단하며 유인원들과 접촉할 때도 폭력을 자제하려는 측면이 강합니다. 시저 역시 『혹성탈출: 진화의 시작』에서 드러나듯 인간의 사랑을 경험했고 인간의 다양한 면을 알고 있는 데다 스스로도 이성적인 측면이 강하다는 게 어필됩니다.


이들의 유대관계는 시저가 말콤에게 전쟁을 일으킨 것은 비록 자신이 의도한 것은 아닐지라도 유인원이라는 사실을 인정하며 전쟁을 피할 수 없으니 도망을 치게 하는 장면에서 절정을 이룹니다. 종을 초월한 대등한 관계에서의 연대의식 묘사, 과오의 인정 등은 최근 감정선이 개연성 없이 강조되는 작품들과 달리 설득력 있는 성장과 반성의 시너지를 보여줍니다. 상황과 환경의 동질성, 즉 시저나 말콤 모두 특출난 멘탈을 가진 존재라는 점이 이 신뢰 관계를 가능하게 만들었습니다. 영화는 감정적 유대를 선언하는 대신, 대사 한 줄과 행동 하나하나로 그 무게를 전달하며 관객이 선택의 고통을 함께 느끼게 합니다.

코바의 독기와 공포정치가 만든 파국

예고편을 통해 게리 올드먼이 맡은 드레퓌스가 인간 편에서 상당히 극단적인 모습을 보일 것이라 예상했지만, 정작 화해 무드를 깨뜨리고 전쟁의 불씨를 던진 건 유인원 측, 바로 코바입니다. 물론 과도하게 겁을 먹어 과민반응을 보인 탓에 분위기를 일그러뜨린 인간 카버(커크 아서베이도 분)의 잘못도 없진 않으나, 인간들이 실수를 저질렀건 안 저질렀건 유인원 측 극단주의자 코바가 있는 이상 유혈 충돌을 피할 수 없었던 셈입니다. 어차피 코바와 시저의 대립은 전편에서부터 깊게 암시된 상황이기도 했습니다.


코바는 계속 연구실 실험체로 고문에 가까운 경험을 했기 때문에 인간을 증오하게 됐는데, 오히려 이 증오가 독이 될 것이라는 것을 시저는 영화 초반부터 지적합니다. 독기와 증오로 가득한 자들이 저지르는 짓이 파괴적이라는 것을 고대로 보여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도덕경 해설에서 본 가장 질 나쁜 군주는 공포정치를 펴는 군주라는 말처럼, 코바의 행동은 무능과 열등감을 공포와 독재로 덮으려는 시도였습니다. 영화의 모든 사태는 거의 코바에 의해 저질러졌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이며, 코바의 죽음 장면은 전편 『혹성탈출: 진화의 시작』의 마지막 장면을 오마주한다는 게 느껴집니다. 반면 드레퓌스는 인간 쪽 코바 캐릭터에 가까우나 코바 측이 지나치게 열폭하고 무능한 캐릭터로 그려져서 오히려 그 상황이 이해가 가는 깔끔한 캐릭터라는 생각이 듭니다.

종족 간 연대 가능성과 공존의 조건

영화 오프닝은 『진화의 시작』 엔딩에서 연구실에서 만들어진 바이러스가 세계로 퍼졌음을 암시하며 끝났듯, 이제는 그 바이러스 때문에 인류가 거의 종말에 가까운 상황임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면서 시작합니다. 반면 유인원들은 숲 속에서 자신들만의 거처를 만들어서 생존함을 보여주는데 인간의 불우한 상황과는 대비적으로 유인원들의 숫자가 상당히 늘어났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유인원들끼리 소통을 할 때 대화가 아닌 수화를 이용한다는 점도 흥미로운데, 이는 말을 할 수 있는 유인원 개체가 아직은 시저를 비롯한 몇몇 정도이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카버 캐릭터는 미드 『오즈』나 『프린지』에서 비중을 차지했던 배우라 반가운 얼굴이지만, 역할 자체는 참 민폐입니다. 사람이 생존의 갈림길에선 어느 정도 겁을 먹는 것도 필요하고 공포심이 있어야 위기를 감지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이것이 과도하게 작용하면 오히려 생존을 깎아먹는다는 것을 고대로 드러냅니다. 현실이든 창작물이든 몇몇 성장을 다루는 소수의 경우를 제외하면 지나친 겁쟁이 캐릭터가 도움이 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시저의 이야기는 계속 이어질 것이지만 파트너가 될 인간 캐릭터는 계속 바뀔 것이란 생각이 드는데, 전편 인간 주인공 윌은 아무래도 시간 흐름 상 죽었을 것 같다는 느낌 때문입니다.


『혹성탈출: 반격의 서막』은 전편의 탄생을 넘어, 공존이 왜 그렇게 어려운지에 대한 현실적인 답을 밀어붙이는 작품입니다. 액션을 과시하기보다 긴장과 불신을 쌓아 올려 대사 한 줄에도 전쟁의 냄새가 배어 나오게 만들며, 선악을 단정하지 않는 시선 덕분에 여운이 단단하게 남습니다. 갈등이 커지는 방식이 장르 문법을 따르는 구간도 있으나, 지도자의 무게를 짊어진 시저의 모습은 관객에게 깊은 인상을 남깁니다.


[출처]
영상 제목/채널명: https://tvdramamovietvbooks.tistory.com/11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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